이지(33). 서울대 박사 출신 치과원장이다. 서울대 치대 외래교수이자 정규 앨범 2장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최근 에세이집도 냈다. 의학프로 MC도 했던 그는 이 일에 다시 도전할 참이다. 의사·교수·가수로 지내면서 40대에는 화가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예대와 의대
이지(본명 이지영)는 부산 출신이다. 아버지는 한국해양대 교수, 어머니는 부산MBC 아나운서. 1녀1남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평범한 아이였다. 친구들에게 ‘혼혈아 같다’는 놀림을 받은 그는 공부보다는 그림과 노래를 좋아했다.
“좋아했고 소질도 있었어요. 각종 미술·음악 대회에서 상을 곧잘 받았거든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나중에 미대나 음대에 갈 줄 알았대요. 소꿉장난 때 의사놀이를 가장 즐겼고, 슈바이처 등 유독 의사들의 위인전을 좋아하는 걸 보고 의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셨고요.”
학과 성적은 보통이었다. 그런 그가 열심히 공부한 것은 부산에서 ‘천재소년’으로 알려진 같은 반 남자 덕분이었다. 그 아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어 친구들의 관심을 더욱 끌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던 것이다.
욕심 많은 어린이다운 이 목적은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 아이보다 더러 더 좋은 성적을 받으면서 소기의 목적을 이룬 데 그치지 않고 상급학교에서도 줄곧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 전교 수석권을 놓치지 않게 된 것이다.
“중학생 때부터 수학에 흥미를 느꼈어요. 똑 부러지는 결과를 봐야 하는 제 성격에 딱 맞더라고요. 해석하는 데 따라 정답이 달라지지 않고, 끙끙대더라도 기어이 풀어내 정답을 맞히는 게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하고, 치과대학에 진학한 것도 이같은 성격에 기인한다. 치과는 다른 치료와 달리 결과와 효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분위기 메이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화끈한 그는 틀에 박히는 게, 사석에서조차 서열을 중시하는 게 싫었다. 갑갑한 걸 참을 수 없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았다. 서울대치대 합창단과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는 노래방 등에서 쇼맨십과 장기를 맘껏 발휘해 분위기를 즐겁게 달구곤 했다.
당시 애창곡 가운데 하나가 영화 ‘보디가드’ 주제가 ‘아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였다.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주위로부터 ‘음반 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깊이 고려하지 않았다.
“통일가요제에 나갔다가 입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학·강변가요제는 안 나갔죠. 연예계의 흉흉한 소문 때문에 그쪽으로 나가는 건 겁났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고…. 모든 걸 떠나 치과가 적성에 맞고 비전도 있어 우선 의사부터 되고, 가수는 기회가 있으면 그때 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욕심과 용기
성공은 저지르는 사람들이 거둔다. 2002년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음반 출시를 기도했다. 폭넓은 대인관계 덕분에 알고 지내는 음반업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듬해 데뷔 앨범 ‘스톰’(Storm)을 내놓았다.
“미루다 보면 끝이 없겠더군요. 기회가 마냥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역으로 가장 바쁠 때 저질렀어요. 여고시절 규정보다 짧은 치마를 입어 혼이 나는 등 부모님에게 ‘잘하다가 한번씩 사고를 친다’는 꾸중을 듣곤 했는데 그런 성격이 도진 거죠.”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 가수. 그는 단번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동시에 곤욕도 치렀다. 무명 신인 푸대접은 약과, 연일 지면에 그대로 옮기는 게 부적절한 악플에 시달렸다.
“서럽고 억울했는데 소중한 경험이 됐어요. 순탄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아와 성공했으면 교만해졌을 덴테 쓴맛을 보면서 인생에 눈을 뜨고 걸음마를 새로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는 지난해 2집 ‘마이 페이버리티즈’(My Favorites)를 내놓았다. 타이틀곡 ‘아파도 사랑합니다’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그는 틈틈이 쓴 가슴속 이야기들을 묶은 에세이집 ‘나는 날마다 발칙한 상상을 한다’를 최근 발간했다.
“책을 통해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그들이 자기 자신에게 친 울타리 등을 걷어냈으면 해요. 저는 욕심이 많은 게 아니라 용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질러라.’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에요.”
2004년 가을부터 1년 동안 매일경제TV의 ‘메디컬 센터’를 진행했던 그는 의학 프로그램 MC에 관심이 많다. 40대에는 화가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글 배장수 선임기자·사진 이석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