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Z Columns & Media

“기본에 충실한 진료, 환자를 향한 진심”
서울대 치학박사 이지영 원장의 방송 출연 정보와 치아 건강 칼럼을 모아둔 공간입니다.
검증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분들의 평생 치아 주치의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목[인터뷰] 어느 여의사의 ‘발칙한’ 상상2026-07-02 18:55
작성자 Level 10
Posted2012-12-12


‘일’과 ‘꿈’ 두 토끼 잡은 그들 

현대인은 모두 바쁘다. 출근하는 순간 책상 의자와 ‘물아일체’가 되어 점심시간까지 일에 몰두한다. 점심시간에도 메뉴를 고르는 여유는 부리지 못한다. 상사가 먹자고 하는 게 곧 그날의 메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업무는 지속되고 방대한 업무량은 야속하게도 막차를 놓치게 될까 전전긍긍하게 만든다.

밖에서는 어떤가. ‘언제 한 번 밥먹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며 연말 모임이 잡혀도 ‘그 때 가봐야 안다’고 대답하게 된다. ‘빨리감기’한 것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일’ 말고 떠올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런 와중 ‘꿈’을 꾸는 게 과연 말이나 될까. 일 때문에 꿈을 저버린지 오래고, 간혹 용기 있게 꿈을 좇는 사람은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가능한 얘길까. 이러한 의문에 명쾌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한 땐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는데…’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그럼 지금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해줄 사람들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솜사탕 같다고나 할까. 누에고치가 뽑아내는 실처럼 야들야들하지만 따뜻함과 달콤함이 가미된 느낌. 치과 특유의 냄새에 반사적으로 긴장감이 밀려왔지만 이지영(39) 원장의 목소리를 듣자 이내 누그러졌다. 실제로 이 원장은 ‘목소리’를 무기 삼아 환자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이를 테면 간만에 찾아온 고객에게 “아드님 군대간지 2개월 정도 됐겠네요”라는 말을 건네는 식이다.

치과에 찾아오는 고객은 대부분 이 원장을 익히 알고 있다. 여러 차례 방송출연 등으로 그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다. 방송을 통해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인상을 받은 고객들은 ‘방송과 다름없는’ 모습을 확인하고 간다. 워낙 도회적인 외모 탓에 막연히 ‘어딘가는 냉정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작은 농담에도 깔깔거리는 그녀는 냉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의 온기는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치과 기술적인 부분도 작용하지만 환자와 의사 간 형성되는 유대감은 ‘아프지 않다’는 평을 끌어낸다. 아프지 않게 치료해야겠다는 건 그녀가 치과의사를 꿈꿀 때부터 다짐한 부분이다. 어린 시절 이 원장은 유독 나이팅게일, 슈바이처 등 의료인에 대한 위인전을 많이 읽었다. 그러면서 그들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엄마 손을 잡고 치과에 갔어요.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의사 선생님이 렌즈가 두꺼운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무자비하게’ 이를 뽑았죠.” 엉엉 울며 그길로 ‘나는 절대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의사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실 그가 꿈꾼 건 치과의사 뿐 만이 아니다. 그림이 좋아 화가를 꿈꿨고, 음악이 좋아 가수를 꿈꿨다. 결국 그녀는 치대에 입학하지만 다른 꿈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미술 동아리와 합창부에 가입해 두 분야에 무뎌지지 않게 했다. 또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을 ‘뽐내고’ 싶었다. “워낙 튀는 걸 좋아하나 봐요. 고등학교 때는 이런 성격 때문에 학교를 발칵 뒤집었던 적도 있어요.” 독해 수업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마이크에 대고 본문을 읽어야 했는데, 이는 전교생이 모두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드디어 이 원장 차례. 마이크를 잡은 그는 본능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랫소리는 학교 전체에 퍼졌고 평소 얌전하던 성격이었기에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대학교 축제 때는 좀 더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서 노래했다. 당시 객석에 있던 음반 관계자로부터 앨범제작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치과 의사로의 입지를 어느 정도 다져놓고 시작하겠다는 생각에 보류했다. 그러던 2003년, 그녀가 서른을 바라보던 해 드디어 1집을 냈다. 현직 여의사가 음반을 낸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큰 반응은 몰고 오지 못했다. 앨범 자체 보다 ‘치과 의사 이지영’에 방점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3년 뒤에 발표한 2집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타이틀곡은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당분간 공백기를 가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디지털 음원 쪽으로 작업을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누구나 들었을 때 알만한 ‘히트곡’은 꼭 내고 싶어요.”

돌이켜보면 어지간히 ‘일’에 중독된 시간들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하지 못할 일을 그녀는 척척해냈다. 2집을 내던 해에는 에세이집도 출간했다. 제목은 ‘나는 날마다 발칙한 상상을 한다’. 치과의사로만 평탄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고정관념을 깬 과정과 이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혹시 또 다른 ‘발칙한 상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그녀는 “지금 벌여놓은 일도 너무 많다”며 웃었다. 그렇다고 그녀의 도전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이 원장은 지금껏 해온 일들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흥미를 느끼고 있는 문화적인 요소와 의학을 더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구상이다.

“하고 싶은 일이 앞에 닥쳤을 때, 이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잖아요. 그때 바로 펜과 종이를 들고 이 일을 했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죽 적어보세요. 만일 한 가지라도 얻는 게 더 많다면 당장 움직이세요.” 이 원장은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은 도전이라 믿는다. 그래서 날마다 발칙한 상상을 한다.